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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2011.1.16 알헤시라스-모로코 탕헤르-스페인 타리파-알헤시라스

탕헤르 신항구에서 알헤시라스에서 타고 온 배를 배경으로

 

모로코 탕헤르를 갈 때는 대부분 여행사에 신청하여 단체로 이동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과감히 우리끼리만 가기로 했다.

항구에서 가까운 곳에 5분 거리에 메디나가 있고, 바다 쪽으로 포르투갈이 쌓았다는 요새 카스바가 있다고 하는 인터넷에서 찾아본 자료만 믿고...

우리가 도착한 곳이 신항구인 줄도 모르고 항구 주변에 메디나라고 할 많한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아 황당해하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허둥댔었다.

그럴때는 역시 눈치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따라하는게 제일 좋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가 눈여겨 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버스를 타는게 보여서 버스를 따라서 타고 탕헤르 메디나와 항구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

 

12시 배를 타기로 했었기 때문에 호텔에서 ‘천재토끼 차상문’을 보다가 11시 넘어서 호텔을 나섰다. 표를(33유로) 사고 12시가 다 되어 가는데도 입구의 문을 열 생각을 안했다.

우리가 1층에서 구입한 표를 들고 서 있었더니 창구에서 티켓으로 교환해 오라고 한다.

2층 창구에 사람이 앉아있더니... 왜 불편하게 두 번 일을 시키는지...

표를 교환해 오고서도 문이 열릴 기미는 없고 담배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숨쉬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12시 30분이 넘어서야 배는 출발하고 배안에서 카드를 작성해야한다고 하여 담배 냄새가 없는 객실로 들어가서 좀 앉아 있다가 아프리카가 보이는지 보려고 나왔는데 그 카드를 들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도착해서 심사를 할 줄 알았는데 배안에서 입국심사를 하는 것이었다. 

도장을 받고 2층으로 올라갔더니 건너편에 아프리카가 보였다.

 

알헤시라스에서 탕헤르로 가는 배의 경로를 보여주는 지도

 

그런데 우리가 도착한 항구가 규모는 큰데 주변에 카스바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곳은 신항구(탕헤르 메드)였고, 탕헤르까지는 버스로 30분은 더 가야했다.

항구에서 입구까지는 셔틀버스로 태워다 주었고, 입구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또 막막해하고 있는데 택시로 카스바까지 20유로에 태워다 준다고 하며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 뒤로 '부부가 아프리카 여행을 한다고 했던 셔틀버스에서 만난 아일랜드 분들과 큰 배낭을 멘 젊은 커플 둘'이 표를 보여주며 버스를 타고 있어서 우리도 그쪽으로 갔다.

버스를 타긴 했지만 좀 불안했는데 탕헤르가 몇 km 남았다는 이정표를 보고 탕헤르로 가고 있구나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차가 갓길로 가서 서더니 운전수 아저씨가 무슨 서류를 들고 내리더니 한참을 지나서도 올라올 생각이 없다. 승객들도 무슨 영문인지 몰라 우루루 내렸는데 그렇게 20분이 넘어서야 운전수가 타고는 설명도 없이 운전하며 디립다 전화만 해댄다.

버스가 도착한 곳을 보니 그곳이 탕헤르 항구라는 이정표가 보였다.

 

탕헤르 항구 출입문(타리파에서 타면 들어오는 항구)

 

 

어떻게 카스바를 가나 사무실 같은 곳에 물어봤더니 어떤 사람을 불렀는데 그때 온 사람이 절대 가이드는 아닌데 안내를 해주겠다고 한다.

그 아저씨를 따라 메디나 즉, 아랍식 구시가지를 구경했다.

이리저리 돌아서 간 곳에 바다가 보이는 곳에 대포로 보이는 무기가 몇 기 놓여있는 곳이 카스바라고 하는데 관광객은 전혀 안보이고 쓰레기와 담배 피우는 불량 청소년만 보이는 이상한 곳이었다.

 

카스바

 

메디나를 돌아다니다 화덕에 빵 굽는 집을 보았는데 즉석에서 바로 구운 빵을 0.50유로에 샀다.

마침 배가 살짝 고플 무렵이라...

 

안내를 하면서 계속 우리더러 식당을 소개해준다며 가자고 하는데 우리는 배가 고프지 않다고 거절하며 카스바 타령을 했더니 어떤 가게에 데려다 주고는 전망이 좋은 곳이라며 자기는 사원에 가서 기도를 하고 온다고 하였다.

1층은 기념품 가게인 그 집은 윗층은 카펫 가게였는데 옥상에서도 카스바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아랍 구시가지의 옥상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게 되었다.

우리네 옥상과 비슷하게 위성 안테나와 빨래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사진을 열심히 찍고 1층에 내려왔더니 안내했던 가게 점원이 우리가 물건을 사주기를 바라는데 정말 살만한 것이 없었다. 옆의 옷가게 아저씨도 안내를 했지만 우리가 입을 많한 옷은 없었다.

그러다 나타난 가이드 아니라던 아저씨를 따라 레스토랑으로 가게 되었다.  

전망이 좋다고 했던 가게 옥상
옥상에서 보니 사원도 보인다.

 

레스토랑에서는 1인분이 8유로라며 터무니없는 값을 불러 1인분만 시킨다고 했더니 그럼 10유로를 내라고 하며 양을 좀 많이 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콜라 한 병 추가하여 11유로에 점심을 해결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음식이 끊어진 국수 가닥이 몇 개 보이는 묽은 스프와 꾸스꾸스와 빠스텔라였다.

꾸스꾸스와 빠스텔라는 둘다 닭고기가 들어간 음식인데 꾸스꾸스는 좁쌀 밥 위에 야채 넣어 만든 닭고기 볶음을를 끼얹어 내왔고, 빠스텔라(치킨파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속이 차있었는데 부드러운 속의 맛은 고로케 맛이었다.

 

탕헤르에 있는 레스토랑의 타일로 장식된 벽

 

영어 Coca Cola와 아랍어 코카콜라
수프
왼쪽 음식이 빠스텔라(치킨 파이)로 고로케 맛이 났고, 오른쪽 음식은 꾸스꾸스.

 

우리에게 식당을 안내한 그 아저씨 정샘을 데리고 나가 길에 대한 설명을 하더니 자기는 이제 간다면서 우리더러 행복하냐고 하면서 자기는 행복하다며 10달러를 달라고 했다.

가이드라니까 그렇게 아니라고 하고 억지로 식당까지 안내하더니 안 행복하다고 했더니 바로 돈을 돌려주면서 갈 생각은 안한다. 계속 행복하냐고 묻기만 하고...

결국 아저씨를 보내기 위해 고개를 끄덕였더니 돈을 들고 가버렸다. 

처음부터 가이드라고 하고 안내를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은데 굳이 아니라고 하더니...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기도시간이 끝나고 몰려나온 사람들로 붐비는 시장통을 지나고, 한가롭게 광장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도 보고, 자가용과 택시들이 줄줄이 내려가는 길을 따라 갔더니 항구가 나왔다.

 

기도시간이 끝나고 다시 붐비는 거리
주말이라 광장으로 놀러나온 모로코 사람들.

항구 입구에서 스페인의 타리파 가는 6시에 출발하는 배표를 끊고 미리 들어가서 기다린다고 여권검사 받으러 갔는데 입국할 때 찍은 번호에 무슨 문제가 있다면서 우리보고 어떤 아저씨가 따라오라고 하였다.

우리는 걱정을 하며 무슨 문제가 있냐고 했더니 아무 문제없다면서 우리를 안쪽 경찰이 있는 사무실 입구가 아니라 스페인에서 도착한 배들이 대기하고 있는 닫힌 문 앞 애매한 장소에서 기다리라고 하면서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배가 출발할 시간을 넘기고 아프리카에 억류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에 떨며 기다리고 있는데 다른 아저씨가 오더니 맞은편에 있는 경찰한테 데리고 가서 도장을 받게 해주었다.

우리는 안도를 하며 서둘러 출국장이 있는 2층으로 가려는데 우리를 안내한 아저씨 어느 틈에 정샘 여권을 들고 있는데 처음 우리를 안내했던 아저씨가 다시 나타나더니 서로 정샘 여권을 가지려고 하며 소리소리 지르며 싸움질을 한다.

자기들이 싸울 일이 뭐가 있다고...

짐작하기로는 우리가 팁이라도 줄 것이라고 생각을 한 것인지...

정샘이 엄청 화를 내며 자기 여권을 뺏은 뒤 우리는 싸우는 사람들을 두고 서둘러 짐 검사를 받고 배를 타러 갔다.

다행히 배는 아직 출발 전이었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우리가 타자마자 출발했다.

그렇게 6시 30분 출발한 배는 1시간 뒤 7시 30분 타리파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스페인이 모로코보다 더 동쪽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1시간 빨라 스페인 시간은 8시 30분이었다.

다시 알헤시라스까지 연계되는 버스를 타고 30분을 이동하여 드디어 반가운 알헤시라스에 9시경 도착하였다.

얼마나 알헤시라스가 반가웠던지...

 

아프리카를 다녀온 9시간은 정말 악몽이었다.

지나고 보면 특이한 경험을 한 기억에 남는 하루였지만 당시에는 정말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탕헤르로 이동하던 버스가 중간에 멈춰 서서 가지 않을 때, 가이드 아니라고 했던 아저씨가 돈 내놓으라고 했을 때, 문제없다면서 컴컴한데 세워두고 빨리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았을 때 등 나의 머릿속에 아프리카의 인상을 나쁘게 만든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