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오름에서 바라본 한라산
거문오름은 미리 예약을 해야 가볼 수 있는 유일한 오름이다.
첫번째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미리 예약을 했었는데 거문오름 가는 버스를 타기에 좋은 제주시내에 묵을 때 가기로 하고 예약을 하러 들어갔더니 화요일은 쉬는 날이라고 하여 월요일로 잡았다.
예약은 전화(064-710-8981,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로 했었고, 최소 이틀 전에는 예약을 해야하고, 화요일은 쉬는 날이라 예약을 할 수 없다.
하루 400명까지 탐방이 가능한데 탐방시간은 선택이 가능하다.
아침 9시에서 30분 간격으로 오후 1시까지 총 9번의 탐방시간 중 선택하면 된다.
나는 제주 시내에서 버스타고 가는 시간을 감안하여 10시 30분 탐방으로 예약하였다.
거문오름을 가기 위해 제주터미널에서 9시 10분에 출발하는 번영로행 버스를 3번홈에서 탔다.
거문오름 입구까지 40분 걸려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탐방안내소까지는 500m 거리였는데 매표소에 10시경 도착하였다.
시간이 남아 표(2000원)를 끊고, 개표를 한 뒤에 화장실을 다녀오고 기념품 판매소에 구경을 가서 한복 책갈피 하나를 샀다.
그리고 세계자연유산센터 기획전시실을 구경했는데 권기갑이라는 제주 사진작가의 제주 자연유산사진전이었다.
성산일출봉과 한라산이 같이 나온 사진이 아주 멋졌는데 공짜로 주는 10장의 엽서형 사진에는 없었다.
환상적인 제주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보고 사진을 찍는 기술을 좀 배워야한다고 생각....
권기갑 작가의 사진전에서 보았던 멋진 사진들...
한라산과 성산일출봉이 함께...
용암동굴인 당처물동굴의 사진.
용천동굴의 내부 모습.
환상적인 이런 모습을 우리 일반인들은 볼 수가 없다.
바로 제주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는...
용암동굴은 유동성이 큰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표면의 용암은 공기에 의해 빨리 식고, 내부 용암은 그대로 흘러서 생긴 동굴이다. 만장굴처럼 동굴 내부는 현무암의 색깔처럼 새까만 모습이다.
그렇지만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의 용암동굴은 석회동굴에서 볼 수 있는 석순과 종유관을 볼 수 있는 독특한 동굴이다.
기본틀은 용암동굴이지만 석회동굴이 함께 나타나는 살아있는 동굴이다.
해안에서 날아온 조개껍질 가루들이 물에 녹아서 현무암의 절리를 따라 동굴 속으로 흘러내려 종유석 모양으로 자라거나 나무 뿌리같은 곳에 흘러내리면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석주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7 131~133쪽
용천동굴은 용암동궁이면서 석회암동굴의 성질도 지닌 세계 최대 규모의 '유사 석회동굴'이었다. 때문에 천장에서는 지금도 종유석이 생성되고 있는데 가느다란 명주실 같은 것이 동굴을 가득 메우고 있어 그 환상적인 분위기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이다.
실사단(세계자연보전연맹)은 우리 조사단의 안내를 받아 용천동궁에 들어가보더니 이런 처녀동굴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며 조사 명옥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라고 했다. 이리하여 보고서에 더없이 높은 평가를 기록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 보고서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자연유산적 가치에 대해 극찬에 가까운 의견을 제시했다. 기왕에 등록된 세계 유명 용암동과의 상대평가에서도 아주 높은 점수를 주었다.
우리 실사단 대부분은 제주도의 가장 중요한 자연적 특질은 용암동굴이라고 생각한다. 길이 7킬로미터가 넘는 용암동굴은 제주도의 만장굴을 포함해 세계에 단 12개만이 존재한다. 게다가 만장굴은 부근의 김녕사굴 및 용천동굴과도 이어져 13킬로미터 이상의 단일 통로를 형성하고 있다. ~~중략 ~~ 단적으로 말해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전세계 용암동굴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며 중요도가 높다.
10시 30분.
단체로 30명이 왔고, 개인적으로 온 사람들은 얼마 안되었다.
해설사가 거문오름 탐방로 안내판 앞에서 거문오름의 역사부터 세계자연유산, 문화유산, 오름 등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였다.
우리나라에는 세계유산이 총 10개가 있는데 자연유산이 1곳(제주도), 문화유산이 9곳이다. 서울에는 종묘와 창덕궁이 있고, 수원에는 화성, 경주에는 불국사-석굴암, 경주역사유적지구, 한국의 역사마을(경주 양동마을-안동하회마을), 합천 해인사의 장경판전, 고인돌지구(강화, 고창, 화순), 조선왕릉 40기이다.(2013년 당시 자료. 2023년 3월 현재는 자연유산으로 서해안 5개군 지역의 갯벌이 추가되어 2개가 되었고, 문화유산도 남한산성, 백제 역사유적지구, 한국의 산사, 한국의 서원 등이 추가되어 13개가 되어서 우리나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총 15개(자연유산 2개, 문화유산 13개)이다.
오름은 제주에 약 360여개가 있는데 '악'이라고도 부르고, 한라산의 산록에 주로 분포하기 때문에 기생화산 또는 측화산이라고 한다.
오름은 한라산체의 산록에서 소규모로 동시다발적으로 분출 활동이 일어나 형성되었다.
제주를 여행하면서 많은 오름을 만났는데 용눈이 오름과 저지오름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용눈이 오름은 오름 자체가 아름다웠고, 저지오름은 한라산을 비롯하여 사방으로 시야가 탁 트여 전망이 좋은 오름이었다. 물론 거문오름도 이름을 올릴만 하다.
유홍준교수가 쓴 문화유산 답사기에 보면 용천동굴의 아름다움이 유네스코 실사단이 제주를 세계자연유산으로 정하는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용천동굴은 거문오름 동굴계 중의 한 동굴이다.
입구는 삼나무 길이었는데 20~30년 전 산림녹화 사업으로 심은 것들이라고 한다. 삼나무 낙엽들이 바닥에 떨어져 푹신하니 걷기에 좋았다.
첫 갈림길에서 정상까지는 계단이 100개 정도라고 하였다.
정상을 오르니 날씨가 맑아서 멀리 눈덮인 한라산까지 다 보였다.
거문오름에서 내려다 본 주변의 오름들.
그리고 500개의 계단을 내려오면 거문오름의 분화구 안이었다.
용암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지점까지 걸어가서 전망대에서 정상에서 내려다 본 곳을 올려다 보았다.
붓순나무와 식나무 군락지가 있다더니 탐방로 여러 군데서 식나무가 열매를 매달고 있는 것을 많이 보았다.
탐방로에서 뽕나무, 산뽕, 꾸지뽕, 고추나무, 왕쥐똥, 개서어, 자귀, 머귀, 느티, 나도밤나무, 합다리, 때죽, 예덕, 생달, 멀꿀, 구실잣밤, 송악, 비목, 산딸, 누리장, 쥐똥 등 다양한 나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열심히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거문오름 정상에서 내려와 분화구로 가는 길...
다시 탐방로를 따라 전망대로 가는 길...
용암협곡과 제주 곶자왈의 모습과 숨골, 원시림, 일본군 동굴 진지, 숯가마터 등을 볼 수 있다.
용암협곡
숨골. 곶자왈의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로 쪼개지면서 만들어진 곶자왈의 일부로 연중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주변에 상록수들이 잘 자라기도 한다.
겨울이라서 더운 바람이 나오는게 느껴진다.
그래서 주변에는 겨울에도 고사리 같은게 자라고 있다.
탐방로에는 심어서 키운 삼나무를 비롯하여 상록활엽수, 넝쿨이 섞여서 자라고 있었다.
거문오름에서 만난 곶자왈
전망대에서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돌면서 찍은 사진
숨골처럼 보이는 일본군 진지
숯가마터
식나무과인 상록활엽수인 식나무.(한국의 나무 바로 알기에는 식나무과로, 쉽게 찾는 나무 도감에는 층층나무과로 나옴)
겨울이라 가장 눈에 잘 띄었다.
식나무와 비슷한 나무로는 원예종으로 많이 있는 금식나무이다.
잎에 금색의 무늬가 있다.(참고로 식나무 앞에 참자가 붙은 참식나무(녹나무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사려니숲길에 있음.)
수직동굴은 시커매서 잘 안보였는데 보러 갔다오니 동굴에 얽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아버지 무덤이 사라져 아버지 시신을 찾으러 동굴탐사대와 들어갔는데 옷은 삭았고, 옷에 달려있던 옥단추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
거문오름 선흘 수직동굴.
선흘 수직동굴을 통해 거문오름에서 용암이 흘러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용암동굴들이 형성되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거문오름으로부터 분출한 용암에 의해 약 10~30만 년 전 사이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탐방 시작한지 약 2시간 후인 12시 37분에 일행들과 헤어졌다.
34명은 다시 탐방안내소쪽으로 가고, 4명은 능선 2시간 탐방코스(태극길 탐방로)를 신청해서 각자 알아서 가이드없이 탐방 코스를 돌았다.
나머지 3명은 먼저 가고 나는 천천히 걸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처음에는 소나무 길이었는데 다음은 낙엽활엽수길, 이어서 편백길을, 마지막으로 다시 삼나무길을 따라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왔다.
총 3시간 10분 걸렸다.
태극길 탐방로에서 본 풍경들
능선길 걷다가 가장 많이 만났던 나무.
어떤 블로그를 보다가 윤노리나무라고 되어 있는 걸 보기는 했는데...
윤노리나무는 윷을 만들기 좋은 나무라는 뜻에서 윷노리나무에서 윤노리로 변한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고 함.
거문오름 코스에는 먹을 것도 가져가면 안되고, 물만 가져가게 되어 있어서 탐방을 끝내고 안내소에서 간단하게 터미널에서 사간 빵과 커피로 점심을 떼웠다.
세계유산센터에서 표를 사서 동영상을 보러 갔다.
4D 동영상은 한라산을 배경으로 하는 내용인데 시로미가 나오는거 빼고는 반지의 제왕 컨셉을 빌려온 것 같은 짜가 느낌이 나서 별로였다.
상설 전시실은 한라산의 형성, 용머리해안,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동굴계인 만장굴, 김녕굴, 용천굴, 당처물, 뱅뒤굴 중 용천굴의 모형과 만장굴의 석주가 있었다.
거문오름 코스는 교통편이 안좋아서 다른 곳을 가기에는 시간이 어중간해서 제주 시내로 나와 바로 관덕정으로 갔다.
100번을 타고 중앙로사거리에서 내려 지하도를 따라 계속 갔더니 11번 출구가 관덕정이었다.
관덕정과 앞에 있는 2기의 돌하루방을 찍고 제주목관아터에 들러 감귤 종류들을 구경하고 녹나무를 제대로 봤다.
수피는 감나무처럼 갈라졌고, 잎은 끝부분이 구불구불한 느낌...
검은모래해변은 가볼까하다가 숙소로 돌아와 씻고 저녁을 해먹었다.
이 글은 다음 블로그의 폐쇄로 백업 받은 자료를 2023년 티스토리로 옮기며 세계유산 내용을 추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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